
조세제도를 운영함에 있어서 기본적으로 고려하여야 될 사항은 ― 아담스미스의 고전적인 이론을 빌리지 않더라도 ― 세금의 징수를 위해 세무행정당국이 지불하는 비용과 납세자가 납세의무를 이행함에 있어서 지출해야 되는 납세비용(compliance cost)이 낮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 행정부의 징세비용은 조세수입의 1% 정도에도 미치지 못하는 반면 납세자가 지불하는 비용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으며 전자보다는 훨씬 더 많다는 것이 정설이다. 따라서 납세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세제를 단순화하고자 하는 노력은 지극히 자연적인 것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현 정부도 ‘간편납세제도’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본다. 만일 정부의 주장대로 납세비용이 현저하게 낮아진다면 납세자의 입장에서는 이 제도의 도입을 찬성할 것이고 아울러 이와 관련이 있는 단체의 도입반대 주장은 ‘자기 밥그릇 지키기’로 비추어질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정말로 납세비용이 절감되는 것일까? 사정이 간단하지 않다.
첫째 간편납세제도 도입타당성 주장논리의 맹점은 납세자가 지출한 납세비용만을 중시하고 있지 납세자가 전자장부를 하는데 필요한 소요시간에 대응하는 기대수익은 예상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전자장부에 입력을 하는데 10시간이 소요된다면 그 시간을 노동에 투여할 경우 얻게 될 수입금액과 납세비용을 비교해서 전자가 후자를 초과할 경우에는 누가 전자장부를 할 것인가?
둘째 설사 전자장부를 한다고 하여도 그 소요비용이 세무대리업을 하는 자에게 지불하는 비용보다 많다면 이 또한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
셋째, 납세자의 능력에 관한 문제이다. 대부분의 납세자는 회계나 세무에 대해서는 그리 밝지 못한 형편일 것이다. 만일 기술이 발전해서 ‘음성만으로 회계처리가 된다’든지 ‘거래증빙서류를 스캔만 해서 컴퓨터에 올려놓기만 하면’ 전자장부 시스템에 따라 스스로 분개하고 입력하는 수준이라면 몰라도, 현재의 전자장부는 어차피 사람의 손이 필요하다. 그 손이 세무사의 손인지 아니면 납세자의 손인지가 구별될 뿐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간편납세제도가 효율적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지고 오히려 사이비 세무사의 등장으로 인해 득보다 실이 많은 제도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물론 이에 따른 폐해는 고스란히 납세자의 몫일 것이다.
그렇다면 과세당국이나 세무대리인이 납세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프랑스의 중앙경영조합(Centre de Gestion)의 예를 들어 설명하고자 한다.
소규모납세자가 지역상공회의소에 설치된 위 조합에 가면 그곳에는 세무사와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관리팀에서 기장, 세무조정, 경영컨설팅을 받게 되며, 반면 납세자는 일정한 비용을 지불한다. 하지만 정부에서 상당금액을 보조해주고 아울러 위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가 면제된다. 그리고 조합에서는 이 활동에 참가한 세무사나 변호사에게 일정한 금액을 지출한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간이과세자문제, 가공세금계산서문제, 세무비리문제, 과세당국과 조세마찰을 사전에 방지하는 효과 등 그야말로 일석사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고 아울러 납세비용의 실질적인 감소도 쉽게 예견할 수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이와 유사한 제도를 하지 못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본다. 정부는 간편납세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구실로 납세비용이 절감된다는 주장을 하려면 보다 정치한 논리로 무장하고 실증분석과 검증이 뒷받침된 자료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사족이지만, 그럴듯한 논리로 포장해서 ― 조세목적보다는 다른 목적 달성을 위해 ― 억지로 조세체계에 들어왔다가 슬며시 사라진 제도가 얼마나 많은지 한번 뒤돌아보고 그 교훈을 잘 살필 필요도 있다고 본다.
세무사신문 제421호(2005.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