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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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 3669]
(불편납세제도 반대) 간편납세제도와 조세전문가의 역할제고 - 옥 무 석 이화여대 교수

 

 

 1. 납세자주권과 납세절차의 간소화
 

 금년 세제개편안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바로 간편납세제도이다. 간편납세의 골자는 일정규모이하의 중소사업자에 대하여 납세절차를 대폭 간소화한다는 것이 그 골자이다.


  원래 납세자 주권에 터잡은 민주적 납세제도는 납세자가 스스로 납세의무를 이행할 수 있는 능력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념적으로 보면 간편납세제도는 이를 위한 당연한 수순이어서 별로 이상할 것이 없음에도 세론이 나뉘는 이유는 무엇인가. 물론 누구도 원론에서 납세자 민주주의의 실현에는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현하 논의되는 간편납세제도가 과연 이를 실현하는 구체적인 제도로서 적절한 것인지에 대하여 강한 의문을 표하고 있다는 것이 바른 이해같다.


  다시 돌아가 보자. 납세자 주권이 실현되려면 납세자가 세법의 의미를 이해하고 세법에서 정하는 납세절차에 따라 스스로 이행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주지하듯이 세법이 복잡하고 납세신고절차도 간단하지 않다는데 문제의 초점이 있다. 실체법의 요건이 납세자단독으로 이해하는 능력의 정도를 벗어나고 납세절차도 전자신고가 강제되는 형편에서 스스로 절차를 밟기에는 그 능력이 벗어난다는데 있다.


  그렇다면 간편납세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여 주는 대책이 되는가. 이는 결국 간편납세의 이념을 구현하기위한 제도적 여건이 여의한가의 문제로 귀착된다.


  2. 간편납세제도의 도입을 위한 전제여건


  간편납세에서 간편하다는 함의를 분석하여 보자. 우선 제도적으로 간편하여야 할 것이다. 즉 실체적 과세요건이 누구나 신문을 읽듯이 이해할 만한 수준의 간편함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동안 세제실을 중심으로 수차에 걸쳐 알기쉬운 세법의 연구를 진행한 것도 이러한 차원의 노력으로 이해할 수 있으나, 그 성과는 그리 만족할 만한 것이 아니다. 또한 그 동안 전자신고를 위하여 전제가 되는 신고절차와 신고양식을 전산화하긴 하였으나, 그 전제가 과거 종이 양식을 전자화한 것에 불과하여 디지털개념에 적합한 간소화와는 거리가 멀다. 이상의 것은 전산화요소 중 소프트웨어(software) 측면에서의 고찰이다.


  다음으로 간편납세가 이루어지려면 이를 감당할 국세행정조직에서 인력과 전산시설이다. 이는 전산화 요소 중에서 하드웨어(hardware)의 측면이다. 이와 관련하여서는 특히 전산으로 수집된 정보의 공유문제가 고려될 사항이다.

 

 납세자와 조세전문가 그리고 과세청이 언제든지 필요한 정보를 꺼내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양방향으로의 조직 구축이 필요한데 이 점에서도 그리 만족할 만하다고 결론짓기는 어려운 것 같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측면은 바로 인적 요소(peopleware)이다.

 

 인적요소가 가장 중요하다고 하는 것은 세상사 모든 것의 중심에 인간이 위치하고 있다는 일반론에서 벗어나 납세자주권의 실현에는 납세관계의 양 끝의 일방인 과세청이 과세권을 가지고 위치하여 있다면, 다른 끝은 납세자와 조세전문가가 위치하여야 비로소 균형이 성립되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간편납세제도의 이상은 과세청이 조세전문가의 조력이 없을 정도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인데, 이것이 불가능하면 오히려 조세전문가의 조력을 쉽게 받을 수있도록 하는 것이 역설적으로 간편납세의 개념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3. 실시간 자동 자기보고제도(realtime automatic self reporting system)


  한편 간편납세제도 대신에 납세자에 대한 협력의무의 부담을 실시간 지동자기보고로 한정하는 자기보고제도의 도입을 제안하고 싶다. 이 제도는 지금 현금영수증제도처럼 납세자에게 과세자료가 발생할 때마다 실시간으로 보고하게 하고 나머지 과세표준의 확정과 납세절차는 과세청의 소관으로 하는 제도이다. 납세자 협력의무를 실시간 자기보고제도와 같이 협력의무의 영(零)으로의 수축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지금과 같은 납세환경에서 납세자주권을 앞세우고 신고주의를 취하면서 납세자를 조세전문가와 격리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정립하면 이는 마치 어린이를 벌판에 세워두는 것과 같다. 이는 제도적 간편을 넘어 시간적 간편과 경제적 간편까지 의도하는 세제당국의 의도가 대단한 무리한 것임을 보여준다.


  위에서 설명한 제도적인 간편이 이루어지지 못하면 결국은 신고에 소요되는 시간의 단축을 가져 올 수 없고  따라서 납세자는 외부에 기장업무와 신고업무를 아웃소싱(outsourcing)하는 외에 다른 방법이 없게 된다. 그러나 기업활동이 전문적인 것이라면 이는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자문비용으로 이해되고 이러한 예는 회사가 명의개서대리인에게 주식 및 주주사무와 같은 후선업무를 아웃소싱하는 것과 별반 다를 바 없다.

 

  시간과 경제적인 측면에서 비용분석을 하면 아웃소싱하는 것이 합리적 절세(tax planning)의 측면에서도 유리하고 회사 본연의 기능인 영업에 전념할 수 있어 보다 경제적이다. 경제성의 측면을 납세자에 대한 배려외에 납세과정에 관여하는 모든 관여자들의 경제적 이익의 총합으로 생각한다면 오히려 과세당국이 이러한 기장비용을 적극적으로 세액공제하여 주고 과세표준을 현실화하여 경제성을 제고하는 것이 보다 적정한 방향이 될 것이다.    

   
  4. 조세전문가의 역할제고


  결국 이와 같이 납세자와 납세전문가의 사이를 분리 할 만한 수준의 국세서비스가 제공될 수없다면 양자간의 결합으로 시너지 효과를 통하여 실질적인 간편을 가져오게 하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한 방향설정이 될 것이다. 다시 말하면 ‘세금 때문에 사업을 할 수 없다’는 의미가 기장과 신고비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리고 간편납세의 대상은 일차적으로 종소신고자이어야 한다고 본다. 현재 460만명에 이르는 종소신고자들은 대부분 조세전문가의 조력대상에서 벗어나 있고, 개인이 스스로 납세자료를 챙기고 있는 형편이다.


  현행 신고주의하에서는 자료를 제대로 챙기지 못한 부담은  오롯이 납세자의 부담으로 돌아간다. 따라서 과세관청이 간편납세의 서비스를 자체적으로 모두 조달하기 어렵다면 비교적 자기대응능력을 가지고 있는 법인사업자의 경우에는 조세전문가와 상의하여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하여야 한다. 외국의 예를 보면 세무법인은 단순한 세무업무만은 처리하는 단순업무에서 벗어나, 세무신고에 터잡아 기업의 경영진단과 기업의 신용평가 및 자금관리에 이르는 일종의 세무클리닉(Tax Clinic) 이나 세무부틱(TAX Boutique)으로 전환하여 가고 있음을 주목하여야 한다.


  이러한 필요는 특히 한계기업에 필요하고, 이러한 변화는 납세자와 조세전문가의 연결에서 비롯된다는 점에 주목하자. 지금처럼 납세에만 집착하여 간편납세제도를 도입한다면 이러한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 한번 이별하면 다시는 결합하기 어렵지 않은가. 지금은 오히려 상호간 윈윈(win-win)을 위한 지혜를 모을 때이다.

 

세무사신문 제421호(2005.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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