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올들어 '세마리 토끼'를 쫓고 있다.
세마리 토끼는 다름아닌 외국계 펀드, 부동산 투기, 세수 부족이다.
외국계 펀드에 대한 조사는 거의 마무리 됐지만 나머지 두 마리는 아직 진행형이다. 이 두마리를 낚아챌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시간은 부족하고 일손은 딸리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최고사령관인 이주성 청장은 지난 18일부터 6개 지방국세청과 10개 일선세무서에 대한 순시에 나섰다.
토끼몰이를 진두지휘하기 위해 전투복으로 갈아입고 야전사령관으로 나선 셈이다.
국세청 청사는 올 4월부터 밤 12시가 넘도록 좀체 불이 꺼지지 않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20년차의 한 직원은 "국세청에 들어온 이후 지금처럼 힘이 부쳤던 적은 없었다"고 토로했다.
국세청이 외국계 펀드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은 4월12일. 5개월여에 걸친 조사끝에 론스타, 칼라일, 웨스트브룩, 골드만삭스, AIG에 대해 무려 2천148억원을 추징했다.
특히 론스타에 대해선 1천400억원에 달하는 추징과 함께 자회사 2곳, 자산유동화전문회사(SPC) 14곳, 임원 4명을 각각 검찰에 고발했다.
론스타의 법적 대응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지만 상당수 펀드가 추징금을 자진납부한 점을 감안하면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이런 가운데 부동산 가격이 '국가적 재앙'의 수준으로 폭등하면서 국세청은 지난 6월13일부터 투기조사에 전력했다.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세무조사라는 사상 유례없는 초강수 카드까지 빼들었다.
국세청 인력의 60% 가까이 투기조사에 매달렸다. 투기자 2천29명으로부터 2천231억원이나 거둬들였다.
부동산 가격도 어느정도 안정국면에 접어들어 두번째 토끼도 거의 다 잡아가는 듯이 보였다. 하지만 중대한 사정변화가 생겼다. 8월로 접어들면서 올해 세수부족분이 사상최대인 4조6천억원에 달할 것이란 우려가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지속적인 경기침체와 환율 예측 실패 등 구조적 요인에 따른 것이지만 세수 집행기관인 국세청도 책임을 나눠져야 할 긴급현안이 발생한 것이다.
그러자 국세청의 무게 중심이 기업세무조사로 옮겨졌다. 한 푼이라도 더 거둬 국고를 메워야 한다는 절박함이 팽배해졌다.
이런 비장함은 지난 9월29일 발표된 음성탈루 소득자에 대한 추징결과가 반증한다. 당시 국세청은 외국계 펀드에 대한 추징금 2천148억원을 포함해 음성탈루자들로부터 모두 6천700억원을 거둬들였다. 한 간부는 "평소보다 '0'이 하나 더 붙었다"고 말했다.
국세청이 최근 소득세, 부가가치세 등 체납자 10만명에 대해 일제 계좌추적을 벌여 압류에 들어간 것도 세수부족분을 메우기 위한 일환이다. 11월에는 10억원 이상 고액체납자의 명단도 공개한다.
지난달부터는 전례없이 강도높은 기업 세무조사가 진행중이다.
세무조사의 세수기여도가 전체 세금의 2∼3%에 불과한만큼 "예전과 다를게 없다"는게 국세청의 항변이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다르다.
포스코, 현대엘리베이터, 한화건설, LS그룹, SK 등 세무조사는 전방위로 진행중이다. 조만간 상가, 모텔 등 신축 분양업자와 고소득 자영업자, 대형 유흥업소 등에 대한 조사가 있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그럴수록 국세청은 더 신중해질 수 밖에 없다. 심지어 기업들에 "세무조사한다는 사실을 알리지 말아달라"는 당부까지 한다는 소리도 들린다. 사회분위기 경색을 우려한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청장이 올들어 두번째로 일선 현장을 방문한다.
기업에 파견돼 세무컨설팅을 해주는 1천29명의 '현장파견청문관' 제도와 부실과세 방지 실태를 중간점검하기 위한 것이다. 이들 모두 이 청장이 취임 직후 '열린 세정'을 표방하며 내놓은 제도혁신 방안들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체납세액에 대한 현금징수를 독려하고 각종 과세자료에 대한 조기처리를 당부, 세수 확보에 박차를 가하겠다는게 무게가 실려있다.
여기에 오는 25일로 다가온 부가가치세 예정신고와 관련해 부정환급을 철저히 단속, 세원 유실을 막고 현금영수증 제도의 조기 활성화를 통해 과세 인프라를 넓히겠다는 복안도 함께 깔려있다는게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