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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 3304]
과세품질과 법률품질

 

박공탁 세무사
(서울지방세무사회 부회장)

 


1. 과세품질혁신론


지난 6월 이후 국세청이 추진하고 있는 최우선 과제는 과세품질혁신이며 그중 부실과세척결을 국세행정 신뢰회복의 가장 큰 덕목으로 내걸고 있다. 그동안 국세행정불신의 단초로 작용한 ‘애매하면 걸고 보자'는 식의 감사회피성 과세행정은 ‘100번의 친절'이 모두 허구라는 인식이다. 세정사에서 한차원 높은 세정을 지향하고 있는 느낌이다.


그런데 과세단계에서 하는 사실관계의 판단문제나 세법해석 문제라면 위와 같은 의지가 ‘혁신'이 될 수 있으나 근본적으로 국민이 그 법을 지킬 수 없다든가 과세표준의 결정이 전적으로 과세권자의 의사(재량)에 속한다면, 그런 법률을 두고서는 ‘부실과세의 획기적 축소'라는 구호는 허구일 수 밖에 없다. 상증법시행령 제49조 제5항(이하 ‘이 규정'이라 한다.)과 같은 규정이다. 2003.12.30에 신설된 이 규정은 상속세나 증여세를 신고를 할 때는 상속일 전후 6월 또는 3월내에 옆집들이 팔고 산 매매사례를 찾아내어 그 가액(유사자산의 매매사례가액)으로 신고를 하도록 규정 하고 있다. 지금 이것이 안 되었다 하여 작년 연말부터 전국의 일선 세무서에서 상속세와 증여세가 추징이 계속되고 있고 이에 따라 과세당국과 납세자간에 마찰이 그치지 않고 있다. 이러다 보니 세무사들이 상속세나 증여세신고 대리는 아예 기피하는 희한한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도대체 어찌된 일인가? 한마디로 이 규정은 국민이 이법을 따를 수 있는 (‘유사재산'의 매매사례가액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것과 과세표준금액의 결정이 전적으로 과세권자의 재량으로 되어 조세법률주의의 두 요소인 과세요건 법정주의와 과세요건 명확주의를 위반하고 있다는데 있다.


2. 과세관청의 상속세 결정 과정


과세관청은 상속세나 증여세가 신고 되면 평가기간(6월,또는 3월)중 인근의 부동산거래 신고내용을 국세청DB를 통하여 검색한후 ‘거래시기, 위치, 용도, 종목이 동일하거나 유사'가액(‘사례가액')을 ‘당해재산의 실례가액'으로 하여 과세표준을 결정 또는 경정한다.

 

그런데 이 규정에서는 유사자산을 어느 것으로 할 것인지, 그 가액은 얼마인지가 오로지 과세관청의 손 안에 감추어져 있다. 실지로 주택거래신고지역과 투기지역의 매매사례정보는 이를 부분적, 지역적으로 집행이 되어 형평성의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이 이면에는 입법자와 과세관청 그리고 납세자와 심판원의 상당한 분들이 ‘시가'를 추상적인 ‘시세'의 개념으로 출발하고 있다는데도 문제가 있다. 상증법상 ‘시가'란 국세통합시스템상의 시세표나 부동산중개업소의 창문에 걸린 ‘時勢'가 아니고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상황에서 실제로 ‘이루어진' 매매, 공매, 경매, 감정가액(실지 거래가액)을 말한다(영 49조1항). 그렇다면 납세자가 ‘유사재산'의 실지거래가액, 구체적으로는 매매계약서 사본을 어떻게 손에 넣을 것인가. 한 마디로 그 기대가능성은 ‘0'으로 보아야 한다. 민법에서 이행불능의 법률행위는 무효이다. 공법과 사법이 다른건 분명 하지만 이행불능의 계약이나 이행불능의 법률이 효력을 가질 수 없는 것은 공,사법 구분이전의 보편적 규범으로 보아야 한다.

 

내용이 다르긴 하나 부동산양도의 경우 과세표준을 매매사례가액으로 경정할 수 있도록 한 소득세법 제114조5항이 1999년 신설된 이후 아직 한번도 시행하지 않고 있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사례부동산(표본)을 어느 것으로 할 것인지, 어느 시기의 가액을 ‘시가'로 할 것인지.(‘최근'의 시가가 특수사정이 있을때) 동일한 시기(같은날)의 시가가 서로 다르다면 어느 가액을 선택할 것인지. 현실적으로 아파트 이외의 부동산의 경우 처음부터 유사자산은 없는 것으로 보아도 되는지 등 부동산 의품질, 거래시기, 거래시장, 거래조건 등의 동일 또는 유사성이 검증 되어야 하는데 국세청DB상의 매매사례정보가 과세권자에게 독점되어 있는 이 규정으로는 국민이 상속세나 증여세 신고시 유효한 ‘매매사례가액'을 적용하여 신고 한다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입법을 할 때는 그 성패를 판단할 두 가지 기준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하나는 그 조치가 사회를 위해 얼마나 긍정적인 기여를 할 것인가이고 다른 하나는 얼마나 현실적인 것인가이다. 그런데 이 규정은 긍정적일 수는 있으나 현실성이 없다. 바퀴의 어느 하나가 제 기능을 하지 못 할 때 자전거가 쓰러지게 된다.


3. 심판·심사결정례에서 본결정(기각)사유와 문제점


가. 5.19자 심판례 (국심2005서0906-2005.5.19)


1) 결정(기각)요지 : “2003년말에 개정된 위 상증법령은 증여세에 대하여 완전포괄주의를 규정하고 당해 재산에 대한 매매사례가액이나 감정가격 이외에도 당해 재산과 면적,종류,용도,종목이 동일 또는 유사한 다른 재산의 매매사례가액등도 시가로 볼 수 있도록 하였는바, 이는 당해 재산에 대한 매매사례가격등에 한정하여 시가로 인정하고 당해 재산과 면적등이 동일 또는 유사한 다른 재산의 가격이 있음에도 이를 시가로 인정하지 아니하는 불합리한 점을 해소 하려는데 있다”고 했다.


2) 문제점 : 완전포괄주의가 ‘유사가액'적용의 근거가 되는 것처럼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완전포괄주의란 종전의 14개 증여의제규정과 2개의 추정규정으로 열거되었던 유형별포괄주의를 그 형식등에 관계없이 재산의 직.간접 무상이전을 모두 과세범위로 한다는 이른바 ‘과세범위-과세객체'에 관한 사항이고 이 쟁점은 과세표준의 평가원칙 (부가세법시행령 제69조의 추계경정방법중 동업자 권형처럼)에 관한 사항이다. 따라서 이 결정은 과세객체와 평가원칙을 혼동하고 있는 잘못이 있다.


또 다른 사유를 보면 “살피건데 이 과세의 근거로 삼은 쟁점아파트와 같은 동에 위치하고 그 건축시기와 면적도 쟁점아파트와 동일하며 그 매매계약일도 쟁점아파트의 증여일로부터 3월 이내에 해당되어 위 관련법령의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에 대하여는 다음 2)에서 함께 보기로 한다.


나. 5.24자 심판례(국심 2005서502.2005.5.24)


가. 결정요지 : “쟁정 아파트단지 시세에 대한 국게통합시세표 및 스피드뱅크 시세표를 보면 … 증여일 현재의 매매실례가액을 찾아 이를 적용 하는 것이 보다 시가에 부합된다고 하겠으나 평가기준일 전후 3월 이내의 거래가액도 시가로 적용할 수 있도록 관련법령에 규정 되어 있으므로 유사한 다른 재산에 대한 매매사실이 있는 경우에는 유사재산(서비교평가아파트)의 매매실례가액을 쟁점아파트의 시가로 본 처분은 정당하다”


같은 취지 : 심사증여2005-0029. 2005.8.16 국심2005서2196.2005.9.21


나. 문제점 : 다른 재산의 매매실례가액을 당해 재산의 시가로 삼으려면 그 재산이 ‘유사재산'이어야 한다. 그런데 ‘유사재산'의 판정권은 오로지 세무서장의 손에 있다. 납세의무자는 과세표준을 계산할 수 없고 세무서장만이 이를 계산할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이법 제76조에서 ‘세무서장등은 제67조 또는 68조의 규정에 의한 신고에 의하여 과세표준과 세액을 결정한다'는 규정은 그 의미를 잃게 된다. 공산품이 아닌 부동산은 강한 개별적특성으로 인해 건축시기와 면적이 동일하다고 하여 그 값이 동일하다는 논리는 우리의 사회통념에 반한다. 국세기본법제14조제2항은 “세법중 과세표준에 관한 규정은 … 그 명칭이나 형식에 불구하고 그 실질내용에 따라 적용한다”고 되어 있고 그 판단기준은 상거래관례,구체적인 증빙,거래당시의 정황 및 사회통념등을 고려하여야 한다.(통칙14-0…5)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세무서장이 유사재산의 시가를 당해 재산의 시가로 삼으려면 적어도 다음과 같은 동일성(유사성) 과세근거로 제시되어야 할것이다.


1) 품질의 유사성(위치-동수, 호수,리모델링여부, 조망, 소음, 일조량등 환경생태요인)


2) 거래시기의 유사성(계절별 가격차이)


3) 거래시장의 유사성(시장수준, 지리적 동일성)


4) 거래조건의 유사성(대금지급조건, 할인조건)


5) 기타 비교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이러한 사유로 국세청에서 조차 앞으로는 같은 단지내 동일 아파트라도 위치 조망, 소음, 일조량등 환경,생태요인에 따라 국세청기준시가를 6단계로 세분하여 아파트 개별특성을 반영함)


o 납세의무자의 사후검증 불능 : 납세의무자는 세무서장이 한 유사재산의 선택이 정당하였는지를 검증할 장치가 전혀 없음


4. ‘유사재산'이라는 불확정개념과 위헌성


이 규정은 일견 부가세법상 동업자 권형과 같은 형태이나 부가세법은 과세표준계산의 결정, 또는 경정에 관한 령 위임 사항을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다음각호의 1에 해당(장부의 내용이 허위임이 명백 한 때 등)하는 경우'로 규정하면서 과세표준의 계산은 XX를 근거로 하여야 한다고 주장 하고 있고(제21조 제2항) 시행령도 권형사업자를 ‘기장이 정당하다고 인정 되고 신고가 성실한 사업자'로 하여 투명성과 객관성을 요구하는 조세법률주의에 충실하고 있다. 그러나 상증법은 과세표준이 되는 시가의 정의를 포괄적으로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고 당해 재산의 가액계산에 관하여 ‘위치, 용도가 동일 하거나 유사한 재산의 가액'이라는 불확정 개념을 사용 하고 있다. 이러한 사유로 따라서 상속세와 증여세가 비록 정부결정 세목이긴 하나 신고로 종결되었던 종전과는 달리 거의가 추징으로 종결되어지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는 납세자에게는 과세내용의 정당성여부에 대한 검증장치가 없으므로 불편과 가혹함으로 작용하고 있고 유사재산을 찾아야 하는 과세당국으로서는 유사재산 선택에 따른 정당성의 입증비용(2006년의 세무조사비용 308억-예산안)과 인력이 증가되는 등의 국세행정 내부적으로도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이와 같이 사전적으로 신고시 이행불능의 문제뿐 아니라 사후적으로도 과세내용의 정당성여부(수개의 매매사례중에서 그 거래사례를 택한데 대한)에 대한 검증이 불가능한 이 규정은 조세법률주의를 위반하고 위임입법의 한계에 관한 헌법규정을 위반하고 있다고 보인다.


5. 제안


ㅇ 투명성과 객관성 확보를 위한 과세기준의 법령의 정비가 시급 하다.


o 법령이 정비 되기전에는 상속이나 증여등기를 이행한 납세의무자에게는 납세지 관할세무서장이 매매사례가액에 대한 정보의 제공을 의무화 한다.


- 정보에 오류가 있을경우에는 가산세(신고불성실가산세 뿐 아니라 납부불성실 가산세까지)적용을 배제하고 신고 기한을 연장한다.


o 신고결정 기준마련 : 제60조 제3항의 평가가액(기준시가)은 실거래가액의 70%∼90%수준이므로 기준시가현실화율인 0.9∼0.7로 나눈금액 이상의 신고시신고금액으로 결정등(현실화율로 할인한 시가개념 도입)


6. 결어


과세요건과 부과절차를 정하는 법률의 규정은 명확하여야 한다는 과세요건 명확주의는 조세법률주의의 근간이다. 그런데 이규정은 과세객체에 준하는 유사재산이 불명확 하므로 신고의무의 이행이 불가능하고 과세후 과세내용의 정당성 여부도 납세자가 검증할 수 없다. 즉 이 규정은 민주국가의 조세법률주의에 있어서 요구돠는 법적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배척하고 과세관청의 자의적 해석 및 재량이 허용될 수밖에 없는 불확정 개념을 사용하고 있으므로 조세법률주의에 반한다. 좋은 품질의 세정이 나쁜품질의 세법과 맞물리면 그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게 되고 한번 망가진 이미지를 원래의 위치로 돌려 놓기는 그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크다.


세무사신문 제425호(2005.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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