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중장기 조세개편방안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는 저출산과 고령화에 대비한 재정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중장기적으로 조세 체계를 합리적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빠르면 2월 중순께 발표하고 공청회 등 여론 수렴 작업을 거쳐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정부는 아직 개편 방안이 최종적으로 마련되지 않았고 용역 등의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세부적인 마무리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 저출산.고령화 대비 조세부담률 제고
정부가 중장기 세제개편 방안 마련에 착수한 가장 큰 배경은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재정 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나라 여성의 합계출산율(가임기간에 낳는 평균 출생아 수)은 2003년 1.19명으로 1970년 4.53명에 비해 33년 간 3.34명이 줄었다.
이러한 감소 속도는 미국, 이탈리아 등 주요 선진국보다 3∼8배나 빠르다.
고령화 속도 역시 세계 1∼2위를 다투고 있다.
세금을 낼 사람들은 줄어들지만 세금을 통한 복지 혜택을 받아야 할 대상자들은 늘어나 4조원 이상의 세수부족이 발생하는 현재의 조세 체계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게 된다는 의미다.
또 세금 간 형평성, 합리성, 국제적 조세와 정합성 등을 따져 정리하는 것도 이번 중장기 조세개혁의 중요한 목표에 해당된다.
하지만 조세 체계에는 계층 간 이해 관계 등이 얽혀있고 우리나라의 특수한 상황이 국제적 정합성과 충돌할 수도 있어 정부의 중장기 조세개편방안은 적지 않은 논란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중장기 방향은 정권이 바뀌고 경제사회적 흐름이 변하면 수정될 수 있기때문에 유동적일 수도 있다.
◇ 세율 조정보다 세원 확대
정부는 우선 소득.자본이득.소비에 대한 조세 체계를 합리적으로 개선키로 했다.
하지만 국민이나 기업에 직접적인 부담을 줄 수 있는 세율 조정보다는 일정 기간 면세점 고정 등으로 세금을 내는 사람을 늘리거나 세금 부과 대상을 확대하는 등의 방향으로 세수를 늘리겠다는 생각이다.
이렇게 세원을 확대해 20%대 정도에 불과한 조세부담률도 장기적으로 30% 안팎에 달하는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 올리겠다는 방침이다.
또 세목별 개편 순위는 우선 소비세에서 부족한 세수를 채운 뒤 소득세에서 보완하되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국가간 경쟁이 치열한 법인세는 국제적 추세에서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중장기 세제개편 방안이 기업들에 부담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정부는 과제별로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중장기 세제개편방안이 회복 단계로 접어들고 있는 경제 부담을 주거나 조세 저항을 불러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목표 시기를 제시하지 않고 여건이 성숙되면 실시하겠다는 언급 정도로 방향성만 제시할 가능성이 적지않다.
◇ 소득세 중장기 방향은 정부는 소비세와 함께 소득세가 저출산.고령화시대에 따른 부족한 재원을 채워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소득세 과세자 비율이 현재는 50% 가량에 머물고 있으나 선진국 수준인 70%까지는 끌어올려야 한다는 구상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근로자에 대한 소득공제가 많은 것은 자영업자들에 비해 세원이 투명하게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갈수록 자영업자들의 소득파악률이 높아지는 만큼 근로자소득 공제도 줄어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위적인 세율인상이나 공제.비과세 축소는 조세저항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선택하기 어렵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는 공제.비과세를 확대하지 않고 그대로 둬도 소득이 올라가는 만큼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효과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불필요한 분야에 대한 공제.비과세 등은 부분적으로 조정해 공평성을 꾀하는 등의 손질은 불가피하다는 생각이다.
금융소득종합과세의 기준을 현행 4천만원에서 그 이하로 낮추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다.
공평과세를 위해서는 기준을 낮춰야 하지만 세부담 때문에 우수한 국내 인재들이 해외로 빠져나가거나 외국의 인력이 국내로 들어오지 않는 문제가 있다.
주식양도차익에 양도소득세 과세도 중장기조세개혁 방안의 대상이지만 어떤 식으로 명시될지 불투명하다.
소액 주주들에 대한 과세는 행정비용을 감안하면 세수증대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하면서 증시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식매매 과정에서 발생한 이익에 과세한다면 손실에 대해서는 상계를 해줘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 소비세.법인세 변화 예고 소비세에서 보석.귀금속.고급시계.고급가구.녹용 등 12개 품목에 대해 부과되는 특별소비세가 중장기적으로 폐지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카지노.유흥주점.골프장.경마장.경륜장 등 유흥 및 사행성 업종에 대한 특소세는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명칭은 바뀔 수 있다.
유류에 붙는 특소세는 에너지소비세로 전환하고 환경세, 탄소세 등 환경오염 같은 외부 비경제를 유발하는 품목에 대한 소비세 부과를 늘리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술.담배에 대해서도 같은 맥락의 소비세 조정이 논의되고 있다.
영세자영업자의 부가가치세에 적용되는 간이과세 대상은 축소하고 부가세율을 조정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지만 부가세율 조정은 소비와 직접 관련되는 민감한 사안이어서 최종 발표 때 빠질 가능성이 크다.
법인세는 연결납세제도 도입을 제외하면 소득세나 소비세에 비해 변화의 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연결납세제도는 법률적으로는 독립돼 있지만 지분 소유 등을 통해 실질적으로 결합된 모회사와 자회사를 동일한 법인으로 간주해 당해연도 순익과 손실을 합쳐 법인세를 과세하는 것이다.
◇ 납세자 권리보호 강화
세제 개편에 맞춰 납세자의 권리보호도 강화될 전망이다.
세제 개편으로 세금 부담이 중장기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 만큼 세금이 잘 못 부과됐을 때 납세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효율적으로 지키고 손해를 입지 않는 길을 더 넓혀주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현재 극히 제한적인 자기정보열람권을 확대, 인터넷으로 자신에 대한 과세 정보를 수월하게 찾아 볼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납세 소비자 단체들이 주장하고 있는 잘못 부과된 세금의 환급 이자 인상, 손해배상, 세금을 잘못 부과한 세무공무원에 대한 인사상 불이익 등도 납세자 권리강화 방안에 포함될 지 관심이다.
한국납세자연맹 관계자는 "세금을 적게 내면 가산세율이 30% 이상 되지만 잘못 부과된 세금에 대한 환급 이자는 3%대에 불과하다"며 "환급 이자를 최소한 가산세율만큼 올려야 하고 정신적 고통 등에 대한 손해배상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